우리의 음주 풍속 중 술을 마실 때 ‘건배’라고 말하는 풍습은 우리에게는 없었다.

건배란 영어로 ‘토스트’라고 한다. 빵을 굽는 토스트라는 말과 같으며 잉글랜드의 엘 이 수세기에 걸쳐 전혀 맛이 없는 시대가 계속되었기 때문에 야생의 씁쓸한 사과를 구워(토스트하여) 잔 속에 넣어 가지고 엘 의 맛을 정리한 데서 왔다고도 하고, 혹은 본래 토스트 한 조각을 와인에 넣어서 돌려 마시다가 마지막으로 주인이 토스트 채로 마셔버리고 나서 한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건강을 축하했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건배의 풍습이 없었던 것은 우리에게 있어 어떤 의미에서는 고마운 얘기였다. ‘토스트’라고 하는 것은 같은 유럽에서도 각 지역마다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토스트하면 잔을 들고 마시면 그 뒤를 다 마셔버릴 필요도 없고 다만 ‘토스트’하면 끝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스칸디나비아[北歌]에 가면 ‘토스트’ 하고 들어올리면 이것을 반드시 잔을 비울 필요는 없지만 조금 입을 대면 또 한번 잔을 들지 않으면 안된다. 건배의 전후에 반드시 두 번 드는 것이 스칸디나비아의 풍습이다. 따라서 북구에서 술을 마시면 끊임없이 잔을 들게 되어 번거롭다.

이것이 중국으로 가면 ‘감뻬이’ 라고 해서 반드시 잔을 비워 잔 바닥을 상대에게 보인다는 풍습이 된다. 그래서 중국인과 연회를 갖게 된다면 그 고통은 크다.

풍습이란 무서운 것이어서 ‘감뻬이’ 라고 하고 술을 마셔 버리지 않으면 상대편 얼굴에 반드시 당혹과 불쾌의 표정을 갖도록 하게 된다.

보드카의 경우도 같아서 건배했을 때는 글라스의 내용물을 전부 마셔버리지 않으면 불길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드카는 우리나라 술에 비하면 비교가 안될 만큼 알코올 함유량이 강하기 때문에 체력이 약하면 우리가 러시아 풍으로 건배를 되풀이한다면 곧장 쓸어지고 만다.

러시아인에게 술의 강하기란 무서운 것이며, 위스키를 한 사람이 한 병씩 안고 마치 차라도 마시듯 글라스에 따라 스트레이트로 눈 깜짝할 사이에 한 병을 마셔버리고 마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러시아의 추위와 술이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때문이며 사람들이 곤드레로 취해서 돌아다니는 것은 추위에 대비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술을 들이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차[車]가 극도로 부족하여 도보,혹은 지하철 같은 공공 차편을 이용해서 귀가해야 하기 때문에 되도록 강한 술을 들이키고 몸을 훈훈하게 하여야만 밖의 혹한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오늘날 세계 어느 민족이나 국가든지 그 나름대로 음주 시 사용되는 말이 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예는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