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호(HL1KYV)

  벌써 십 수년이 넘었지만 처음 마르코니회에서 무선 교육을 받으면서 수없이 들어 왔던 '안테나를 드높이 주님을 향하여!'라는 말이 요즈음 들어와서 더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재작년에 중앙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교사 신부님을 방문하고 약 1달간 그곳에 머물면서 무선 통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돌아왔답니다. 그곳은 전기도 전화도 없는 정말 세상의 끝이라고 일컬어지는 지역입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중앙에 위치한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대입니다. 광활하다 못해 천지 창조 이후에 한번도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는 지대입니다. 그곳에서 활동하시는 천주교 선교사들은 수십 명이 됩니다만 대부분은 전화는 물론 없고 전기도 간신히 태양 전지를 가지고 살고 계십니다. 그들을 위해서 마련된 것이 HF대의 무선 전화기입니다. 그 무선 전화기로 하루에 3번 무슨 변고가 없는지 확인을 하는 것입니다. 계속 며칠간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가장 가까운 (보통은 비포장으로 200~300km 떨어진 곳입니다만) 곳에 계시는 다른 선교사가 찾아가 보는 것입니다. 때로는 말라리아나 사고로, 아니면 무장한 산적들의 침입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그곳에는 각 교구마다 보통 1군데 정도의 FM 방송국을 개국하고 있답니다. 그러지 못하는 교구도 있습니다만, 그곳 신부님들의 말을 들으면 그 방송국에서 방송을 통하여 교육도 하고 공지 사항도 전하고 이웃들의 소식도 전한다고 합니다. 금년에 그곳을 또 찾았을 때는 동네 청년들 중에 AM 라디오를 어깨에 메고 다니면서 잘 들리지도 않는 방송을 들으며 으스대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곳에는 유선 전화나 인터넷이 없습니다. 오직 들려 오는 것은 자연의 소리뿐입니다. 거리가 너무 떨어져들 있어서 한자리에 모이게 하려면 보통 일 주일을 걸어서 와야 한답니다. 그 신부님이 계시는 본당 구역이 경기도만하니까 소식을 전하고 그 소식 듣고 바로 와도 일 주일 걸린답니다. 그런 곳에 라디오 방송국이 생겨서 본당의 소식이나 어린이들의 육아 교육이나 교리, 성인들의 교육을 시킨다면 얼마나 보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대건 아프리카 선교 후원회에서는 그곳에 방송국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아프리카라도 방송국은 방송국이기에 많은 장비가 필요하답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기 값도 그렇지만 장비나 타워를 만들 철골을 가지고 오는 운송 비용도 만만치 않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안테나를 드높이(지금 계획으로는 약 100m 정도의 안테나 타워를 만들 예정입니다) 주님을 알리는 방송이 하루라도 빨리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예전에 농담반 진담반으로 들었던 그 구호가 그곳에서는 정말 복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곳에 다녀온 후에 제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본당을 옮기느라고, 안식년 때문에 거두어 두었던 안테나를 다시 세우고 리그를 손보고, 이제는 차량에도 좋은 무전기를 모시고 다닙니다. 이제는 폼이 아니라 앞으로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CQ를 낼지도 모르니까 말입니다. 우리가 잡고 있는 이 마이크는 단순한 마이크가 될 수도 있지만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다시 마이크를 들고 세상을 향하여 CQ를 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과거형이 아니라 항상 현재형이 될 수 있도록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은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그만 무전기 마이크가 주님의 복음을 전파하는 도구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들이 그 말씀에 위로를 느끼며 귀여겨 듣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왜 의미가 없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