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함영만(HL2AKB)

  마르코니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Y2K, 밀레니엄 등 새 단어가 등장하여 시끄러웠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0년 하고도 3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도 많은 발전과 변화가 있었겠지요? 그런데 여러분의 취미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는지요?

  저는 비록 어찌어찌하여 회장이 되었지만 현재 마르코니회의 회장으로서 햄을 매우 사랑하며 또한 마르코니회를 사랑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또 다른 취미를 갖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우리 마르코니회는 여러분의 수고로 지금까지 줄곧 끊임없이 발전해 왔습니다. 매주 수요일 밤 10시에 VHF 145.180MHz, HF 21.180MHz에서 스케줄 교신을 운용 중이며, 2월 5일 현재 675회를 맞이하며 10여 년 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 온, 마르코니 네트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에는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바쁜 생업에도 불구하고 동아리 서비스를 도맡아 하시는 분, 격월로 발행되는 소식지를 원고를 모아 가며 만들어 주시는 분, 우리의 대화 물꼬를 트게 하기 위하여 당신에게 주어진 사명인 양 기발하고 산뜻한 주제를 제공하시는 분, 매주 말못할 부담 속에서도 주어진 책무를 다하기 위해 꾸준히 희생하며 봉사하시는 키 스테이션을 맡은 네트 콘트롤러 여러분 덕택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어 언제 그 불이 꺼질지 모를 정도로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권이 없는 취미 단체에서 마르코니회에 열심히 참석하고 협조해 주시도록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집속력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또 한 가지에만 머무르기를 싫어하는 인간의 습성 때문에 금방 햄에 싫증을 느끼고 새로운 취미를 찾아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동안 회원들이 교신에 열심히 참석하지 못한 이유로는 회사 일이 바빠서, 햄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안테나가 설치되지 않았거나 송수신기가 고장나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집안 형편이 편안하게 마이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등등 각자 다양하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요즘 우리 주변에는 골프를 하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이런 분들과 어쩌다 마주 앉게 되면 으레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골프 이야기로 이어지기가 십상이지요. 모든 것이 꼭 이와 같지는 않겠지만 이런 분들에게 옛날 취미가 되어 버린 햄을 다시 한 번 해 보시지 않겠느냐고 하면 반사적으로 현재 자신들이 즐기는 취미보다 더 좋은 여가 선용은 없다며 오히려 그 어떤 취미보다도 제일이라는 우월성을 과시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여러 가지 욕심 중에 '명예욕'이라는 것이 있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듯이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이 남에게 드러나기를 바라는, 남이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욕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해지고 싶은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요. 여기에 평범하면서도 유명해지는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햄으로서 무선을 통해서 많은 사람을 사귀는 것 말입니다. 각계 각층의 남녀노소 햄이 자신의 존재를, 그리고 성격을, 실력－그러니까 말 잘하는 실력, 전문 분야에서 일 잘하는 실력, 안테나 조정 잘하고 땜질 잘하는 실력－을 알아준다면 참 기분이 좋겠지요? 교신하는 중에는 완전한 착각일지 모르지만 그런 기분이 되어 교신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자신도 상대방을 인정하게 되고, 건방지지 않게, 불쾌하지 않게 서로의 마음을 읽으며 교신을 하고 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하여 그 이외의 모든 일에도 활력과 자신감이 생기며 모든 생활이 즐거워집니다.
  자, 여러분, 우리 그런 교신을 많이 합시다. 그래서 나의 존재를 널리 알리며 여러 햄들과 교신을 많이 하다 보면 우리의 생활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YL은 회갑 잔치 대신에 회갑 기념 필드 데이를 기획하고 있다고도 들었습니다만….

  우리의 마르코니 네트는 회원 여러분의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활성화될 것입니다.

  마르코니 회원 여러분! 말을 남들처럼 매끄럽게 못하면 어떻습니까? 마이크를 넘겨줄 때 콜사인 부르는 순서가 좀 뒤바뀌면 어떻습니까? 주제에 대한 지식이 없어 주제와 좀 다른 얘기를 하면 어떻습니까? 마이크 차례가 왔는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다음 번 사람에게 그냥 넘긴들 누가 시비하겠습니까? 아니면 잠깐 나와서 인사만 하고 들어간들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회원 여러분의 마르코니회를 사랑하는 조그마한 관심으로 매주 운용되는 마르코니 네트, 두 달에 한 번씩 갖는 모임,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상반기 필드 데이와 연말 피정 정도인 행사 참석과 교신 참석의 문을 부담 없이 두드려 주십시오. 그냥 편안한 친구들과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고 참여해 주신다면 우리 단체가 초창기처럼 활력 있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교신을 통한 즐거운 취미 생활을 바탕으로 여러분 가정에 행복과 평화가 깃들이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