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소 연(DS1HYH)

  가을비가 내리면서 가을 분위기를 한층 돋구어 주고 있네요. 미국에 온 지 벌써 1년하고도 5개월이 됐네요. 미국에 와서 적응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고 이제야 조금씩 조금씩 눈이 뜨게 되고 생활에 익숙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한국 생활과 거리,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저는 지금 테네시 주 멤피스란 곳에서 살고 있어요. 이곳으로 분가해서 이사 온 지 2주 조금 넘었네요. 그동안 시부모님이랑 함께 살다가 분가한 지 얼마 안 되지요. 시부모님과는 캔사스에서 살았는데 기후가 조금은 틀리네요. 그런데 비는 가을부터 자주 내리네요. 이곳은 서울과 달라 지방에 속해서 공기도 맑고 동물도 많아요. 창문을 열고 차를 타고 가다가 스컹크의 지독한 가스 냄새를 향수 냄새로 생각하고 지나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동물들이 한국 동물들과는 모양새가 조금씩 틀려요. 한국의 다람쥐, 토끼가 더 귀여워요.

   멤피스는 남부에 속해 있는 곳이에요. 목화밭으로 유명하구요. 옛날에 이곳에 흑인 노예 시장이 컸대요. 그래서 그런지 흑인이 60% 살고 백인이 40% 살고 있다고 해요. 백인은 남북 전쟁 시 남쪽 사람들이 패하고 멤피스로 피난 온 사람들의 후손이 많이 살고 있어서 백인주의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흑인이 더 많기 때문에 범죄는 많이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경찰이 할 일이 없어서 교통 위반으로 차 한 대를 잡으면 경찰차가 보통 2대에서 3대가 돼요. 며칠 전에 신랑이 일하는 곳에서 좀도둑 한 명을 붙잡아서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경찰차가 12대나 와서 나중에 온 직원들이 총기 사건 났는 줄 알고 놀랐대요. 그만큼 경찰들이 할 일이 없는 거죠.

   신랑은 지금 사촌형이 하는 흑인 미용 재료 용품 취급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사촌형 일을 배워서 독립해서 일을 하려구요. 흑인들이 많으니까 잘 되는 사업 중에 하나라서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아기를 가져서 집에 있는데 신랑이 독립해서 일을 하게 되면 함께 해야 할 것 같구요. 그래서 일 주일에 두 번은 교회에서 무료로 해주는 영어 교실에 나가고 있어요. 학생들은 주로 일본인, 한국인, 중국인, 멕시코인들이 많아요. 하루에 두 시간 수업인데 성경 공부도 있어요. 개신교 찬송가도 하고, 영어 성경 공부도 하고, 영어 대화도 하고, 중간에 간식 시간이 있는데 한식도 많이 주네요. 간식 시간이 제일 즐거운 시간이에요. English Talking 시간은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지만 웃을 때 같이 웃고 눈치코치로 대충 알아듣고 더듬더듬 3세 아이 얘기하듯 해도 재미가 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알아 가네요. 성당은 집에서 차 타고 3분 거리예요. 나오는 신자는 40명 가량 돼구요. 미국 성당 오래 된 것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어요. 신부님은 10월 20일부터 상주 신부님으로 오시구요. 전주 교구 신부님이시라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 가며 말씀하시는데 재미있어요. 마르코니 월례 회의는 꾸준히 하시겠죠. 수요일 on-air상에서도 만나시구요. 김민수 신부님이 본당 주임 으로 옮기신 후 어디서 주로 월례 회의를 하시나요? 신부님이 평화방송에 계신 덕분에 명동에서 주로 모이셨는데…. 회지를 받아 보았으면 좋겠어요. 글로나마 국장님들 소식을 알 수 있게요. 멤피스는 HAM하는 사람들이 눈에 안 띄네요. 안테나를 보면서 조금씩 위안을 받고 싶은데 안테나가 눈에 안 띄어 안타까워요. 풍성한 가을 건강하게 보내시구요. 항상 국장님들 가정과 마르코니회에 주님 은총 가득하시길 빕니다. 다음에 다시 연락 드릴께요.

   2002년 10월 10일

   전화: 1-901-309-3294 주소: 7963 Farnifold Dr at #1 Germantown, TN 38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