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

이 준(DS1GLG)

"언제나 찻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곧 마시게 될 차의 은은한
향기를 기대하면서 작고 잔잔한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김윤희 작, '나 홀로 되어 남으리' 중에서

  하루가 시작되는 새벽에, 채 어둠이 가시지도 않은 그런 새벽에 창을 활짝 열어 두고 찻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오늘은 내게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를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기도 하고 어제 미처 나누지 못한 뭇 사람과의 인사말 또한 부지런히 생각해 봅니다.

  Calling CQ, CQ, CQ... 여기는 DS1GLG...

  Calling을 낼 때 난 행복을 느낍니다. 알 수 없는 리듬감과 누군가 나오리라는 기대감에 약간의 설렘과 조바심을 느끼면서 난 Calling을 냅니다. 그러면 저 멀리 어렴풋한 상대국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내가 맨 처음 Calling을 낼 때 얼마나 가슴을 조였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 동경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그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고, 새로운 세계로 발을 내딛는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땐 그것이 내 딴에는 대단한 일이었으니까요!!

  아마추어 무선(HAM)에 몸담은 것이 벌써 9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는데… 생각해 본다는 자체로도 이미 엄청난 분량의 기억들이 쏟아져 나옴직도 한데 막상 막연하기만 합니다. 무척이나….

  생각해 봅니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마르코니 네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Round-QSO'를 사랑합니다. 하루의 피곤함에도 여러 OM들의 대화 속에서는 진솔함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고,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서로의 생각을 전하고 마음까지 나누게 되면 그 나눔이야말로 "삶"의 극치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사"라는 환경의 변화로 안테나 연결을 못하다 보니 마르코니 네트에도 함께 한 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요즘은 몇 분이나 참여할까? 어떠한 주제로 대화를 나눌까? 참여하시는 OM들이 점점 줄어드는데….' 아마도 다른 OM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루속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찾아야 된다는 의미를 되새기며, 많은 OM님들이 참여하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마르코니 네트"에 함께 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회원님들의 가정에 은총과 평화가 늘 함께 하길 기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