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수(HL1LZ) 신부
새 천년, 새해를 맞아 마르코니 회원 여러분 모두에게 인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꾸~벅) 올 한 해에도 회원 여러분의 가정에 주님의 축복과 은총이 함께 하셔서 평화와 희망의 시간들로 가득 차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새 천년 그리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우리의 마음에도 새로움이 용솟음치는 듯합니다. 옛 것은 사라지고 "새 하늘과 새 땅"(묵시 21, 1)이 우리의 희망으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구시대의 유산들이 도처에 밤거리의 화려한 네온 사인처럼 낡고 묵은 나 자신으로 남도록 유혹하고 있습니다.
우리 자신과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위험스런 덫은 이 시대를 휩쓸고 있는 "성공 신화"일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자신과 이웃을 소외시키고 비인간화시키는 이데올로기입니다. 어느새 정보화된 사회 속에 정보와 지식을 찾는 데 혈안이 된 우리 자신을 발견합니다. 왜냐하면 정보와 지식은 곧 돈으로 환산되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의 성공이란 다름 아닌 남보다 더 희귀한 정보와 지식을 획득하는 경쟁에서 승리하여 남보다 많은 부를 소유하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그래서 "부유함=성공=인생의 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사회적 믿음이 곧 성공 신화입니다.
주식 중독증에 걸린 사람은 매일 주식장세를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합니다. 왜? 떼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이 밀레니엄 복권을 사고 있습니다. 왜? 떼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쉽게 돈을 벌고 쉽고 편안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욕망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짧은 시간에, 적은 노력으로, 손쉽게 부를 소유하려고 하지만 현실은 참으로 냉혹합니다. 피땀을 흘리며, 잠을 설쳐가며, 갖가지 실패와 좌절을 거듭하며, 배반과 미움을 당하며 쌓아 왔던 그 험한 시간과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지 않는 한 성공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십자가의 길을 감수해야 합니다. "멸망할 사람들에게는 십자가의 이치가 한낱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하지만 구원받을 우리에게는 곧 하느님의 힘입니다."(1고린 1, 18).
우리가 성공 신화가 넘치는 사회 안에서 참된 행복을 추구하며 살기 위해서는 참으로 지혜롭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지혜로움이란 분명 지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얼마 전 신문에 기고된 어느 스님의 말씀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혜는 그렇지 않다. 생명력을 지닌 지혜는 하루아침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풍진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과정에서 몸소 체험하면서 안으로 가꾸어진 그 열매가 지혜다. 지식은 메마른 분석이고 분별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영혼이 없다. 그러나 지혜는 조화와 균형을 갖춘 영혼의 빛이다."
마르코니 회원 여러분! 새해에는 더욱 지혜롭게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