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만남

제4호 1993년 5월 15일
                             

                                             류시황(HL1LKR, 토마스 아퀴나스)

  수요일 밤 10시 5분 전 약간은 설레는 마음으로 Rig를 켜고 조용히 기다린다.
  조금 있으면 "CQ Marconi, CQ Marconi…." 귀에 익은 AWO 김광석 회장님의
  목소리가 net를 시작하려고 호출을 한다. (LDJ, LSA 국장님은 key station하시
  느라 수고 많으십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LKR 있습니다." 하고 응답하고는
  나의 신호가 제대로 수신되어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약간은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린다. －안테나가 자신이 없어서.- "LKR 류시황 선생님 나오셨군요." 하는
  다정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아 오늘도 만남이 이루어졌구나 하고는 반가운
  마음으로 오늘 net에 나오신 국장님들을 메모하기 시작한다. 많은 국장님들이
  나오시는 날은 괜히 마음이 넉넉해지는 것 같고, 몇 분 안 나오시는 날은 오붓
  하게 나누기를 할 수 있기는 하나 왠지 마음이 서운하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형태의 만남의 관계를 갖는다. 나는 HAM을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새로운 만남의 관계를 갖게 되었다. 미지의 대상과의 만남을 위하여
  CQ를 열심히 외친다. 그리고 만남이 이루어지면 서로 이름, 주소, 직업 등
  자기를 친절히 알리고 QSL 카드를 보낼 약속까지 하며 만남이 이루어짐을
  기뻐한다. 정말 또 하나의 특별한 만남이다. 며칠 전 본당 주일 학교 교사
  교육을 끝내고 net에 나가려고 빨리 귀가하려 하자 한 교사가 "선생님, HAM이
  그렇게 좋으세요?  마치 천진 난만한 어린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 같아요."라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나의 모습이 무척 즐거워하는 것같이 보였다고 한다.
  내가 Marconi를 꽤 사랑하는 모양이지. 또 설레는 마음으로 수요일 밤 10시를
  기다린다.

  "또 하나의 새로운 만남을 허락하시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