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상

제39호 1999년 5월 5일

								황병원(DS1DPX)

처음 회장님(HL2AWO)으로부터 원고 부탁을 받고 잠시 고민을 하다 승낙을 하
였으나 그 후 며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렇게 펜을 들
어 이 자리에서 저의 사정을 밝히는 것보다 저의 지나온 HAM 생활에 대해 이
야기할까 생각하여 봅니다.

1982년 처음 면허(아마 3급 전신)를 취득하고, 영어 공부를 한다며 어머니를
졸라 HF대 Rig(7M 자작품, Dipole Ant 포함)와 2차 대전 때 쓰던 URR392 군
용 수신기(지금은 경북대 보이 스카웃반에 있을 것임)를 구입하고, 부산 자
갈치 시장에서 10m가 넘는 대나무(Ant 지지용) 2개를 구입하여 어머니와 같
이 1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들고 와(너무 길어서 차량 이송 불가) 설치하고
(이 자리를 빌려, 어머님께 용서를 빕니다), 개국도하기 전 Rig의 전원을 켜
고 참 열심히도 HAM 생활을 하였습니다(당시 많은 OM님들께서 잘도 참아 주
셨습니다. 학생이었으니까???).

이동 운용국이 있으면 어느 지역을 불문하고 찾아 다녔으며, Ant가 설치된 
집이면 저의 방문처가 되어 질문 공세에 시달리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1983
년 9월에 마르코니회 모임이 경남 진주에 계신 고 김영도님(HL5L, 1984년 행
글라이더를 타시다 타계하심) 댁에서 있어서 그때 처음 이현철 신부님(당시
경북 대학생, HL5YE)을 뵐 수 있었고 그 인연으로 1995년 HAM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1983년 HAM 동지가 필요하여 동생을 부산 전자 공고(HL0WB) 
통신과 입학을 종용했고 끝내 아마추어 무선반에 들게 하여 일을 저질렀습니
다. 그러나 두 자리 콜사인 개국은 물 건너가고 집이 대전으로 이사를 하게
됩니다. 모든 서류 준비도 끝났는데 안타깝기만 하였습니다(생각해 보니, 어
린 나이에 두 자리 콜사인으로 개국하였다면 현재 On Air를 하는 많은 애로
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아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개국을 뒤로 미루고 대전에서 대학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HAM은 저의 
꿈이기만 하였습니다. 다만 모스 부호를 잊지 않으려 머리 속으로 되뇌는 일
을 되풀이하고 혹 HAM에 대한 대화가 열리면 열심히 홍보하고 기회가 닿으면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마음만 굳혀 갔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12년을 흘렀습
니다. 직장에서 서울 본사 발령을 명 받았고 흔쾌히 승낙하였습니다. 역시 
서울에 오니 안테나도 많았습니다. 차량 운용도 가능하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콜사인이라도 받자는 욕심에 서둘러 2m 허가를 받고 전 세계에
서 하나뿐인 DS1DPX를 받았습니다. 너무나 기뻤습니다. 면허를 득한 지 정확
히 13년 만에 개국을 하였고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러다 차량 허가를 득하
기 위해 용산 선인 상가를 찾았는데 우연히 마르코니회 연락처란 문구를 발
견하고 들어가 곳이 한성 통신(대표: 이한성 OM, HL2LBB)이었습니다. 너무나
반가웠고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큰 단체가 되어 버린 마르코니회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OM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곳에서 
이현철 신부님의 소식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논현동 성 바오로 서원으로 찾
아가 보았더 신부님은 따뜻한 차 한잔을 내어 주시며 예전 자료를 찾아 저를
기억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HAM이구나 하는 것을 정말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987년 실수로(저의 자질이 부족하므로) 신학대에 진학할 뻔한 
일이 있어, 저로서는 여간 반갑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고등 학교 때 취득한 전파 통신 2급 면허로 All Band 허가를 득하여
틈만 나면 자작 Delta Roof(14M), Dipole(7, 21M) Ant로 열심히 DX도 하고 
있습니다. 2m만 운용하시는 회원님들께서도 HF대를 운용하신다면 새로운 전
파의 혜택을 누리실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10여 년간 태양의 폭발
이 왕성하여 전파의 상태가 엄청나게 좋아진다고 합니다. 적은 출력으로도 
전 세계 교신이 가능한 시기라고 합니다. 올해는 꼭 단파대를 개국하시기 바
랍니다. 끝으로 서울에서 마르코니회를 찾게 해주신 이한성 OM님께 이 자리
를 빌려 감사드리며 언제나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는 회장님 그리고 회원님들
, 감사드립니다.

저의 압박에 개국을 하게 된 저의 XYL(DS1FVX)이 면허는 있으나 운전을 못하
고 있는 상황입니다(PTT를 몹시 두려워함). 5월 이동 운용 때 여러 OM님들께
서 좀 도와 주십시오.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마르코니회에 가득하시길 빕니
다. 이동 운용 때 모두 뵙겠습니다.
Best 73 & 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