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제37호 1999년 1월 12일

마르코니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99년 기묘년을 맞아 인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이 주님의
 풍성한 은총과 함께 늘 성가정이 되시고 영육간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여러
분, 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아시지요? "나이"입니다. 나이는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가는 것을 피할 도리
가 없습니다. 나이를 먹음은 시간의 양적인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이루어지
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의미는 질적인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보겠습니
다. 그래서 공자는 15살에 학문을 추구하려고 마음먹었고, 30에 입지하여 굳
건히 서고, 마흔에 불혹, 즉 모든 의혹과 혼란에서 해방되었고, 쉰에 천의 
명령을 알고, 예순에 천의 명령을 순한 귀로 듣고, 일흔에 올바른 한계를 넘
어 딛지 않고도 자신의 심정의 욕망을 따를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질적으로 자신의 모습이 변화되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 가는 과정은 인간다운 인간으로 변화되면서
자기 인생의 완성을 향한 삶의 여정일 것입니다. 따라서 나이가 아무리 많을
지라도 그 사람이 이기심과 자기 중심주의라는 껍질에 둘러싸여 있다면 그는
"늙은 아이", 또는 "어른 아이"로밖에는 보여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저는 불혹의 나이에서 몇 해가 지나갔지만 과연 공자의 말대로 모든 의
혹, 혼란, 유혹 등에서 해방되어 있는가? 그렇지 못한 것이 제 모습일 것입
니다. 하느님이 보시기에 아직도 미성숙하고 어리석은 모습일 뿐입니다. 어
쩌면 자신의 힘으로 되지 않기에 하느님께 매달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제가 한 살을 더 먹으면서 그만큼 성숙한 모습으로 변화되어야겠다고 다짐
합니다. 제가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도 그분이 "보시기에 좋더라" 하
는 식으로 변화되기를 추구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안주된 삶, 고정된 삶, 나태하고 게으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변화
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구조도 변화되어야 합니다. 
물이 한군데 고여 있으면 그 물은 썩기 마련입니다. 물은 흘러야 쏙지 않습
니다. 어떤 사람들은 변화하기를 싫어합니다. 주된 이유로 변화는 고통과 괴
로움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미국으로 유학을 갈 때까지, 그리고 미국에 가서도 2년간 담배를 무척
많이 피웠습니다. 하루에 평균 한 갑 반을 피웠습니다. 교포 신자들은 거의
다 이미 금연을 해 온 분들이었고, 제게 금연을 자주 권유할 때 "미쳤어요?
담배 없이 어떻게 살라고…" 하고 일축하며 담배 없이는 전혀 살 수 없을 
정도로 금연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났을 때 어느 날 제 자신이 변
화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담배를 완전히 끊어 버린 것입니다. 벌써 그 날
로부터 지금까지 7년 이상 담배를 끊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은 그래
도 변화될 수 있구나" 하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담배를 끊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제기 독해서 그런지 잘 모르겠지만, 어
쨌든 누구에게나 변화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새해, 새로운 시간을 맞으며 우리 모두 새롭게 변화되었으면 합니다. 변화
는 변화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삶을 위한 것입니다. 변화
와 창조는 우리들 모두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뜻입니다. 이제 일년도 채 남지
않은 대희년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희년의 의미는 바로 모든 것이 새로워
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묶이고, 눈멀고, 억눌린 상태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모습으로 복귀하는 것, 즉 새로워지는 것입니다.

사회의 변화, 거기에 따르는 창조적 삶은 현재 우리가 당면한 경제적 어려움
과 사회의 위기 의식을 극복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입니다. 마르코니 회원
여러분! 주님 안에 더욱 새로워진 모습으로 가톨릭 아마추어 무선사회가 좀
더 발전하고 많은 회원들의 참여와 성원으로 기쁘고 희망 찬 한 해로 꾸며질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1999년 1월

				지도 신부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