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이 더 멀리 더 빠르게

제33호 1998년 5월 11일

								홍성화(DS1EOI)

지금으로부터 약 37년 전 아마도 중학교 2학년 시절이었으리라 기억된다. 정
치와 사회를 모르던 시절 신문의 한쪽 커다란 활자로 시작한 기사가 나의 눈
길을 끌었다. 그것은 미국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오스왈드에 의해 암살
되었다는 매우 충격적인 기사였다. 동시에 이 내용이 국내에 제일 먼저 알려
진 것이 정식 뉴스 채널이 아닌 아마추어 무선사에 의해서였다는 기사였다.
HAM이 국내에 몇 사람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으며 잘 알 수도 없었던 시절이
었으니 어린 나로서는 궁금한 것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버지가 유일한 분이었다. 아버지께서는 저녁 식사 후, 나와 함께
대구의 교동 시장(일명 양키 시장)에 가셔서 전축이랑 새로 나온 라디오를 
사시는 것이 유일한 취미였고 낙이었다. 당시 아버지께 여쭈어 보면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해답을 찾을 수도 없었고 혼쭐만 나게 되었다. 공
부나 하지 쓸 데 없는 것만 하려고 한다고…. 그 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장
년이 되어 군대에 가게 되었다. 배치된 보안 부대의 동료 중 친하게 지낸 녀
석이 무전병이었다. 저녁 식사 후면 잠깐씩 들러 잡담도 하고, 사령부와의 
교신 내용도 옆에서 듣고 하던 것…, 옛날의 기억이 되살아나게 되었고, 파
월 후엔 부대장이 무전 교신을 매우 좋아하시는 분이라, 다른 동료들은 전부
싫어하는 무전기 앞에서 PTT를 누르며 부엉이 하나, 부엉이 둘 나오라 오바…
하며 한 1년을 주로 무전기 앞에서, 별로 재미없는 교신을 하며 지낸 것이 
어린 시절 하고 싶었던 아마추어 무선에 대한 향수를 달랜 것이 전부였다.
그 동안 정말 오랜 시절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오로지 학교 다니고, 야구장 
가고, 등산 가서 사진 찌고, 밥먹고, 회사 다니고, 장가 가고, 아들 둘 만들
고… 이렇게저렇게 살아오던 어느 날… 중앙일보에 3급 아마추어 무선사 자
격증 취득이 쉬워졌다고, 뭐 면제도 되고 한다고 해서 전화를 서울 지부에 
해 봤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또 실패… 그리고 한 1년이 지났을까? 우연히 
정말 우연히 주보에 가톨릭 아마추어 무선사 강습 안내를 보고 연락을 해 보
았었다. 지금의 김광석 회장과 통화가 되어 이것저것 꼬치꼬치 질문을 해 보
았었다. 나이 많은 나로서는 아는 것이 보험밖에 없으니 궁금할 수밖에…. 
친절한 안내와 나의 자신감, 특히 여자도 합격하는데 내가 못할 게 뭐냐 하
고… 정말 행운이었다. 강습 장소도, 시간도, 기간도. 바로 사무실 건너편에
서 강습을 받게 되니…. 돌이켜보면 정말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았다. 강의
도, 시험장에서도, 장비 구입에서 설치, 삼복 더위에 옥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길 몇 차례…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청계천과 용산을 왔다갔다했는지, 또
집사람한테는 얼마나 많은 뻥을 쳤는지… 이 모두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또 돈 버러 괌에 있을 때는 전화 요금이 비싸서 얼마나 하고 싶었는지….

마르코니 회원 여러분, 지난 몇 년간 정말 고마웠습니다. 강습부터 장비 구
입 설치에 이르기까지 고생하신 분들…, 삼복 더위에 옥상을 오르락 내리락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 정말로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는 마르코니 회원 여러분들이 안테나를 더 높이 전파를 더 멀리 CW를 더
빠르게 하셔서 HAM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