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제31호 1998년 1월 13일

							이범우(HL1MJW)

지난해에는 무척이나 바쁘게 지냈습니다. 바쁘게 보낸 만큼 기쁘게 맞이해야
할 새해이건만 다른 어느 때보다도 힘들게 맞이하였습니다. IMF가 무언지 아
직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모두 한결같이 발걸음이 무거워 보인다. 어느만큼 
우리를 힘들게 할지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더욱 마음이 심란해집니다. 텔레비
전 뉴스는 온통 우울한 것만 보도되어 덩달아 우울해지곤 합니다. 환율이 올
라가고 물가가 폭등하였으며 기업이 도산하여 실업자가 늘어나고… 하나같이
 어두운 이야기뿐입니다.  가슴이 허전하고 어깨가 처지며 흥이 나질 않습니
다. 이런 것이 깊어지면 바로 우울증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나라 국민들은 대단한 저력을 가진 민족인가 봅니다. 아무리 나라가 그
래도 나라를 살리기 위한 일이면 한마음이 되어 어떻게든 나라를 살리기 위
해 각자각자가 애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달러가 부족해 생긴 이 위기
를 해소하기 위해 집안에 잠자고 있던 달러를 가지고 나오는 사람이며 달러
를 사 오기 위해 가지고 있는 자원이 없으니 금붙이라도 가지고 나와 그것으
로 충당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을 보면 다시 한 번 우리 민족
의 힘을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때라고 해도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 해내는 것이 바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
각합니다. 가라앉으면 점점 더 가라앉을 수록 마음을 다시 잡아 일어서 힘을
내야겠습니다.

마르코니회는 저에게 힘든 때일수록 힘을 주었습니다. 마르코니 네트에 참석
도 못하고 일 년 여를 지내고 지난해 말에 피정에 참석하여 여러 회원님들을
만나 뵈니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모처럼만의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
간이었습니다. 또 언제나 수요일 밤 10시면 열리는 마르코니 네트는 리그를 
켤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켜기만 하면 어김없이 모여 계셔 마음을 든든하게 
해주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지방을 오가는 일이 많아 네트 시간에 올라오는 
차속에서 145.180MHz 주파수를 켜 놓곤 하였습니다. 들렸다 안 들렸다 흔들
리는 신호이지만 귀를 기울이며 올라오는 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
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는 마르코니
네트 시간을 아무리 마음의 여유가 없어도 시간을 내어 참석해야겠습니다. 
특히 요즈음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가라앉지 말고 네트에도 열심히 나가 정담
을 나누며 마음의 살을 찌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적어봅니다.

모두가 어려운 때입니다. 어려움은 나눌수록 반감되고 기쁨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고 합니다. 이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이겨 나갈 수 있는 마르코니회가 
되도록 모두 함께 힘을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나라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
도록 함께 힘을 모아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