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W 송신 전의 영점 조정에 대하여
1. 그 때를 아시나요 ?
60년대 중반 DS5IPL이 시골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우리는 선생님으로부터 매우 이색적인 숙제를 받곤 했다. 예를 들면 .....
- 내일 모레까지
월사금을 받아 오너라.
- 다음 월요일까지 파리 백마리 이상을
잡아 병이나 성냥곽에 담아 오라.
- 일인당 쥐꼬리 열 개씩을
제출하라.
때는 아직 보릿고개의 막바지에 있던 시절, 농사는 짓되 제사나 생일날이 아니면 쌀밥 구경하기가 요즘 보리밥 구경하기보다 더 힘든지라, 서생원(鼠生員)이 먹어 치우는 곡식 한 톨도 절박했던 시절이 있었다. 불법으로 국부(國富)를 축내는 쥐를 응징하기 위한 국가적 수단으로써 해마다 "전 국민 쥐잡는 날"을 정하여 학교를 통하여, 시커먼 가루로 된 쥐약을 배급하였다. 물론 '절대 사람이 먹어서는 아니되며(아닌 게 아니라, 사람이 먹는 경우도 있었다 !) 개, 고양이, 닭 따위 가축은 잘 단속하라'라는 당부와 함께... 우리는 보사부가 정한 D-Day, H-Hour에 맞추어 일제히 미끼를 조제하여(쌀밥에다 까만 분말쥐약을 버무리면 분홍빛로 변하여 섬뜩한 느낌이 ...) 평소 쥐들이 잘 다니는 통로에 두고 행여 쥐들이 눈치칠 세라 서로 대화나누는 것까지 쉬쉬하였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일찍 여기저기 널브러진 전리품을 확인, 수거하여 꼬리부분은 돌로 찧어 떼에낸 후 소중히 보관하고, 몸통은 적당한 곳에 폐기처분 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었다. 개중에는 치사량에 미달하는 독을 먹고 비실비실 기어다니는 놈들도 있었는데, 이놈들을 때려잡는 것은 독안에 든 쥐잡기보다 더 쉬웠던 것이다. 이 와중에도 애꿎은 개와 닭들이 미끼를 잘못먹거나, 쥐약먹은 쥐를 잡수신 고양이가 덩달아 죽어나가는 바람에 막대한 재산피해를 입는 부작용이 속출하기도 하였다. 물론, 이 날에는 때아닌 닭고기 파티가 벌어진다. 쥐약먹고 죽은 닭을 요리해 먹는다고 ? 물론이다. 요새 사람들이 들으면 까무러칠 일이다.
그 쥐약먹은 소년이 성장하여 학업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어 첫 발을 디딘곳이 최첨단을 자랑하는 IBM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갖추어진 전산실. 그런데, 이 최첨단 시설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그것이 또한 쥐였다. 전산실의 허술한 틈새를 뚫고 침입한 쥐들은 각종 케이블을 갉아 단말기 장애는 물론이요, 메인 컴퓨터의 케이블을 갉는 날이면 고가의 최첨단 컴퓨터도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끈끈이법, 쥐약에 절인 쥐포나 멸치법, 쥐틀(쥐덫)법, 쥐들이 싫어하는 고약한 냄새를 발산하는 약품법, 냐옹 야옹 고양이 흉내법, 발견즉시 때려잡는 필살기법, 심지어는 천지신명에게 호소하는 고사(告祀)법 등등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 동원하여 쥐와의 전쟁을 벌여도 어느 새 다시 출현한 그놈들은 우리를 비웃곤 하였다. 하여, 허술한 건물을 보완하여 쥐의 출입을 원천봉쇄하기 전까지, 최후의 수단으로 썼던 것이 '쥐들에게 음악 들려주기 법'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랫 키커(Rat Kicker)라는 상품명이 붙어 있던 일종의 초음파 발생기였는데, 초음파 스피커로 사람에게는 안들리지만 쥐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게 들리는 주파수의 음파를 울려대어 천리밖으로 쫓아내어 버린다는 매우 단순한 기계이다. 이것을 일고여덟 대 구입하여 쥐들이 출몰할 만한 장소 곳곳에 놓아 두었는데, 전원을 넣으면 사람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설명서와는 달리 들릴 듯말 듯한 높은 톤의 미세한 소리가 매우 불쾌한 느낌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진동수(주파수) 대략 20 에서 20,000Hz 정도라고 하는데, 기계의 품질이 나빠 2만 헤르츠 이하의 음파가 함께 발생되었는지, 귀가 성능이 좋아 그한계 이상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는지, 또한 실제 그 기계가 효과가 있었는지는 아직까지도 판단할 수 없다.
2. 맥놀이
우리는 중학교 시절 물리(물상)시간을 통해서 이 맥놀이(beat) 현상에 대해서 배운 바 있다. 즉, 서로 다른 진동수(Frequency)를 가진 파장(Waves)를 섞으면, 진동수의 차이로 인하여 주기적인 간섭파가 발생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파생되는 제 3의 파동이 맥놀이인 것이다.(아래 그림 참조.)
경주의 에밀레종(성덕대왕 신종)의 소리를 들어보면, "데에엥 ~~~"하는 최초의 타종음에 이어 "우웅~ 우웅~ 우웅~~ ~"하는 맥놀이 음의 여운이 한참동안 끊어질 듯 말 듯 이어지는데, 이는 종을 이루고 있는, 고유진동수가 미묘하게 다른 금속의 진동음이 서로 어울리면서 혼합됨에 따라 나타나는 절묘한 맥놀이 현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CW와 맥놀이 현상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 CW(Continuous Waves)란 아무런 변조(Modulation)신호가 가해지지 않은 순수한 반송파(搬送波)를 모오스 코드 등 일정한 규칙에 의하여 단속(斷續) 송신하는 일종의 디지털 통신 방식이다. 이 신호를 수신하여 검파하면, 진폭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순수 직류분만 검출되므로 스피커에는 전위가 바뀌는 순간마다 생기는 클릭음만 들릴 뿐이다. 따라서, 이 디지털 신호에 음색을 입혀 주어야 해독 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럼 어떻게 이 진폭의 변화가 없는 신호에 가청주파수로 음색을 입힐까 ? 이는 의외로 매우 간단한 방법을 통해 해결된다. 즉 "맥놀이 현상"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수신된 신호의 주파수를 알아내어 이 신호와 근접한 파장의 신호를 발생시키고, 이들을 혼합하여, 두 주파수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맥놀이를 취하는 것이다. 사람이 가장 쾌적하게 느끼는 음파의 진동수는 750~800Hz정도라 하는데, 수신된 신호에서 약 800Hz보다 많거나 적은 신호를 발생시켜 혼합하면 800Hz의 맥놀이가 발생하고, 이것은 이는 사람의 귀로 들을 수 있다. 즉, 주파수 7005.000kHz의 CW 신호를 수신했다면 7004.200kHz 의 신호를 발생시켜 믹싱한다. 이 결과 두 주파수 신호의 합과 차에 의한 다음 두 가지의 맥놀이가 발생하는데,
(합) 7005.000
+ 7004.200 = 14009.200 kHz
(차) 7005.000 - 7004.200 = 00000.800
kHz = 800Hz
위 산수문제에서 보듯, 합에 의한 맥놀이는 가청주파주 범위에서 크게 벗어 나 있으므로 우리 귀에는 안들 리는 반면, 차에 의한 800Hz(옵셋:Offset)의 맥놀이는 잘 들리는 것이다. 무전기에서, 수신된 신호와 근소한 차이의 주파수를 발진하여 혼합함으로써 맥놀이(beat) 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부분이 바로 BFO(Beat Frequency Oscillator)이다. (그런데, 실제 거의 대부분의 무전기(헤테로다인 방식)에서, 수신된 신호를 직접 다루지 않고 8.83MHz, 455kHz 등 중간주파로 변환한 후 BFO를 거친다. 그 이유는, 중간주파가 발진, 기생진동 등 부작용의 발생 우려가 적어 기술적으로 다루기가 쉽기 때문이다.) 엄밀히 따진다면, 주파수 변조(FM)니, 진폭 변조(AM)니 하는 변조의 종류도 모두 이 맥놀이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믿거니 말거나 통신에 따르면, Alcoholic Modulation도 우리 뇌의 고유진동수와 두꺼비 기름의 고유진동수와의 편차에서 오는 일종의 맥놀이 현상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DS5IPL은 밝힌 바 있다. 과음 한 다음날, 골이 빠개질 듯 울렁거리는 것은 맥놀이가 이니면 설명이 안된다는 학설 ...^^;
3. CW Zero-beat Operation(영점조정)
자, 그럼 이제 눈을 돌려 우리의 트랜시버를 살펴 보자. 올 모드 리그라면, 모드 선택 스위치가 있을 것이다. CW운용을 위해서 "CW" 모드 선택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우리 트랜시버에는 위의 800Hz BFO Offset 이 설정된다. 이 옵셋 주파수는 아주 구형, 혹은 저가의 기기가 아닌 한, 약 600~1000kHz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설정을 바꿀 수 있다. CW 운용 경험이 오랜 OM들은 600Hz 등 낮은주파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랫동안 듣고 있으면, 날카로운 고음보다는 저음쪽이 해독도가 높고 피로 또한 훨씬 덜하다고 한다. 보통의 리그는 공장 출하시 800Hz에 세팅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W 모드를 선택한 다음, 튜닝 놉(tuning knob)을 돌려 CW 신호를 탐색하다가 누군가의 CQ를 발견하고, 이에 응답하려 한다. 그런데, 응답하기 전, 상대방의 주파수와 내 주파수를 일치시킬 필요, 즉 상대방의 송신 주파수에 내 송신 주파수를 정확히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교신국 사이의 송신 주파수가 일치되지 않으면 필요 이상의 주파수대를 점유하게 되어 공공의 자원인 주파수를 낭비하게 될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혼신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SSB건, CW건 주파수 일치는 햄들의 '의무'인 것이다. 경험 많은 OM의 경우, 직관적으로(귀의 감각만으로) 주파수를 일치시킬 수 있다. OM이라는 존칭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 그러면 이 글을 읽고 있는, DS5IPL을 포함한 대부분의 초보자는 어떻게 주파수를 일치시킬 수 있는가 ? TS-570처럼 "CW Auto tune"기능이 있는 장비는 상대방의 신호가 강하게 들리게끔 조정 후 "CW tune" 키를 눌러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렇지 않은 장비의 주파수 일치는 다음의 방법을 사용한다.
① <송신 사이트톤 활용법> 튜닝 놉으로 상대방의 신호 톤(수신 피치)이 800Hz가 되도록 조정하면 주파수가 일치된다. 그러면 800Hz라는 톤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 귀에 주파수 카운터가 달려있는 것도 아닌데 ? 여기에는 송신 사이드톤을 활용한다. 송신 사이드톤이란 전건을 누를 때 무전기에서 들리는 모니터 톤이다. 사이드 톤은 자신의 송신 내용을 모니터하는 데 필요하다. 또한 키의 접점이 잘 접촉하는지, 키어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거나, 공중에 전파를 발사하지 않고 송신 연습을 하는데도 필요한 것이다. 송신 사이드톤 주파수는 항상 BFO Offset 주파수와 일치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신호 톤(수신 피치)의 음색이 사이드 톤의 음색과 같도록 조정 후 송신하면 OK이다.
② <영점 조정법> 튜닝
놉을 시계방향으로 천천히 돌리면, 상대방의 신호 톤(pitch)이 점점
저음쪽으로 낮아진다. 계속 돌리면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이것이 영점조정(Zero beat 혹은 Zero in state) 상태이다.
이는 상대방의 송신주파수와 내 수신기의 BFO 주파수가 완전히 일치되어
맥놀이(beat)에 의한 피치 톤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순간이다. 이
순간 상대방의 송신 주파수와 내 수신주파수가 일치된 것이다. 이 지점에서 튜닝 놉을 800Hz만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비로소 상대방의 송신 주파수와 내 송신 주파수가 완전히
일치되어 정확한 조정이 이루어진다.
가령 누군가가 7010 kHz 근처에서에서 CQ를 낸다고 하자. 상대방의
정확한 송신 주파수를 아직 모르므로, 상대방 신호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튜닝 놉을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린다. 이 때의 주파수가 7010.800이었다면,
여기에서 800Hz를 뺀 7010.000kHz가 상대방의 송신 주파수이므로
송신 주파수 일치를 위하여 다이얼을 800Hz만큼 거꾸로 돌려 7010.000kHz에
맞추면 주파수가 서로 일치하게 되고, 비로소 송신을 개시하면 된다.
그런데, pileup 등으로 혼신(QRM)이 극심할 경우, 일부러 주파수를 약간 어긋나게 조정하여 응답하는 경우도 있다. 응답국들이 와글와글 몰려있는 중심주파수에서 약간 비켜 서 있으면, 조금은 '튀게' 됨으로서 상대국의 pickup을 유도해 내기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편법이므로 장시간의 교신에서는 삼가야 하며, 상대방이 매우 폭이 좁은 대역필터를 쓰는 경우 상대방의 필터링 범위에서 벗어날 우려가 있으므로 특히 초보자들은 사용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한편, Pileup이 예상되는 Dxpedition 등에서는 송.수신 주파수를 달리하여 운용하는 Split mode 교신을 하게 되는데, 스플릿 모드 운용 요령의 숙지는 DX 헌팅에 필수적인 것이다. 차후 이에 대한 DS5IPL의 칼럼을 기대하시라. hi.
이상에서 CW를 송신하기 전, 주파수 일치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았다. 초보 운전자의 예를보자. 수동 기어가 장착된 승용차를 처음 운전하다 보면, 가장 궁금한 것이 기어의 변속 시점이다. 너무 낮은 RPM에서 변속하면 엔진의 힘이 딸려 노킹이 발생하고 엔진에 무리가 가거나 가속이 더디어지는 반면, 너무 높은 RPM에서 변속하면 엔진 소음의 과다 발생으로 폭주족으로 오인될 수도 있을 뿐더러 연비가 악화된다. 2000 ~ 3000 RPM에서 변속하는 것이 좋다는 오엠(?)님의 말씀에, 변속때마다 계기판의 타코미터를 확인하고는 기어를 바꾸게 된다. 그러나 초보 딱지를 뗀 후, 어느정도 조종장치가 손에 익게되면, 굳이 계기판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변속이 이루어진다.
우리 리그의 조작(운용)도 마찬가지로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럽워질 것이다. 그래도 초보 운전자가 초보 시절에 들이는 운전 습관이 중요하듯, 우리 CW 초보자들도 항상 주파수를 일치시키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전파 자원은 유한하고, 특히 여러 국가에서 햄들에게 할당된 주파수가 아까워 늘 배아파 하며, 도로 뺏아서 장사꾼(통신회사 등)들에게 팔아 먹으려 혈안인데, 선배 햄들이 힘들게 개척하고 키우고 보호해 온 금쪽같은 햄 밴드 주파수를 어찌 주파수 조정을 게을리하여 조금이라도 낭비할 수 있단 말인가 ?
(1999. 3. 2. *praj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