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니 넷트 500회를 돌아 보며

가톨릭아마추어무선사회 회장 김광석(HL2AWO)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매주 수요일 밤 10시면 145.1800메가 헬츠와 21.180메가헬츠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가 있다. "CQ CQ CQ마르코니 CQ CQ CQ마르 코니 여기는 가톨릭아마추어무선사회에서 진행하는 마르코니 넷트입니다. 카피 되시는 분 계시면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수신합니다." 키스테이숀이 마이크를 놓자 마자 여러 분의 정감있는 신호들이 들려 온다. 1시간여 이상동안 진행되는 사랑방같은 따뜻한 대화는 참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워취하는 사람들까지 때 로는 같이 기뻐하고 때로는 같이 감동하며 또는 옛 생각에 회상을 더듬으며 한 폭의 고향 집으로 달려 가는 것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렇게 수많은 다양한 대화를 나누었던 마르코니 넷트가 지난 9월 29일 500회를 달성하게 되었다. 마르코니 넷트는 1985년 7월 12일 가톨릭아마추어무선사회가 창립된이래 매주 빠짐없이 밤 10시부터 1시간여동안 145.1700메가 헬츠와 21.1700메가헬츠에서 주제없이 ROUND-TABLE QSO를 해 오다가 1990년 3월 7일부터 매주 한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어 왔다.(후에 짝수 주파수로의 통일을 위해 145.1800 메가헬츠와 21.180메가헬츠로 변동하였다.) 넷트(NET)는 정해진 목적에 의하여 약속된 시간과 주파수에서 진행자(Controler 또는 Keystation)의 사회에 의해 참석자를 확인하거나 다른 주파수로 분배하거나 또는 함께 ROUND-TABLE QSO를 하는 것을 말한다. 요즘에 와서 넷트의 의미가 동호인들의 단체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르코니 넷트는 가톨릭아마추어무선사회의 별명인 마르코니 회에서 그 이름을 붙였으며 최초로 무선전신으로 통신을 시작한 마르코니의 이 름을 따온 것으로 그가 가톨릭신자였다고 한다. 마르코니 넷트의 운용은 키스테 이션이 수요일 밤 10시에 넷트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부르고 확인한 후 그 주의 주제에 맞는 대화를 ROUND-TABLE QSO로 나누는 방식이다. 키스테이션은 진행의 절대적인 권한이 있고 참석자의 확인과 대화와 토론의 사회를 겸한다. 참석하여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사람은 콜사인을 대면 되고 그냥 듣고만 있겠다 는 사람은 콜사인과 함께 워취한다고 하면 참석한 것으로 한다. 매 주 주제와 참석자는 컴퓨터로 입력되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마르코니 넷트를 한 회 한 회 운용해 오면서 500회까지 달성해 온 것을 뒤돌아 보면 큰 자부심과 함께 그 감회가 이루말할 수 없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제시간에 맞추어 운용을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치 500개의 벽돌을 쌓아 올리는 것같이 끈기 를 가지고 회원들이 함께 열심히 노력을 기울여 옴으로써 가능했다고 본다. 찌 는듯한 무더위에도 온 산야가 꽁꽁 얼어 붙는 한 겨울에도 모두가 휴가를 떠나 간 여름 휴가철에도 마르코니 넷트는 지속되었다. 추석이나 설날에 넷트가 겹치 기도 하였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 31일에도 한 해가 시작되는 새 해 첫날에 도 어김없이 수요일 밤 10시에 넷트는 시작되어야 하고 운용해야만 하였다. 둥 근 보름달이 환히 떠있는 한가위 밤에 고향에 가지 못했거나 부모님이 서울 근 처에 있는 사람들이 온 에어에서 한가위에 얽힌 추억들을 나누고 있노라면 어느 덧 어렸을적 고향의 언덕에 올라 달맞이했던 기억으로 돌아 가게 된다. 마르코니 넷트를 시작할 때부터 키스테이션을 맡아 왔던 나로서도 넷트에 얽힌 에피소드와 겪어 왔던 어려움이 많았었다. 수요일날 일부러 다른 약속은 하지 않고 불가피하게 있는 날이면 모임의 좌석에 계속 머무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정신없이 집으로 향하곤 하였다. 넷트가 시작되기 한 시간전인 저녁 9시부터 주파수를 맞추어 놓고 진행할 준비를 하며 컴퓨터를 켜서 출석부를 입력할 준비를 하랴 오디오를 켜서 음악을 틀어 놓으랴 넷트의 내용을 녹음하기 위해 녹음기를 준비하랴 정말 정신없이 분주해 진다. 어쩌다 갑자기 찾아 온 손님이 있을 경우 는 미리 양해를 구해 일찍 돌아 가시게 하거나 손님을 옆에 앉혀 놓고 넷트를 진행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만 할까? 누구 알아 주는 사람도 없는데 이럴 필요가 있을까? 내가 왜 이 고생을 사서 하나? 등의 자문과 갈등으로 피식 웃기도 하였다. 넷트가 150여회를 지나 갈 때까지 모든 주일을 혼자 키스테이션을 맡아 오다가 그 뒤로 백운학국장(HL1LSA)과 김경호국장 (HL1LDJ), 이범우국장(HL1MJW)의 세 분의 햄이 각각 둘 째, 셋 째, 넷 째 수요 일을 맡아 주게 되어 한결 부담이 적어 졌다. 그러다가도 이 번주는 마음 편하 게 참여만 하면 되겠지 하고 있을 때 키스테이션중 한 분이 진행을 맡지 못할 급한 일이 생길 경우에는 대타를 맡아 진행을 하기도 하였다. 몸의 콘디숀이 좋지 않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키스테이션을 맡아 진행을 하다가도 정감이 넘치는 목소리들을 만나고 따뜻한 대화가 무르익어 가면 자신도 모르게 힘든 것도 싹잊고 목소리는 어느덧 힘차게 전파를 타고 흐른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넷트를 진행하던중에 아내가 목을 축이라고 탁자위에 놓아 둔 음료수가 담긴 유리컵을 그만 툭 쳐서 방바닥에 떨어 뜨렸다. 그 순간 유리컵은 박살이 나서 온 방안에 온통 유리가 깨진 파편과 음료수 물이 튀어 있게 되었다. 넷트를 진행하 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중단할 수도 없고(방송 사고가 되기때문에) 넷트가 끝나 기까지 한 시간여 동안을 꼼짝도 못하고 의자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넷트를 끝내고 나서야 아내를 급히 불러 온 방을 치운 적이 있었다. 넷트를 통해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아름다운 대화를 나누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따뜻해 지면서 행복감에 젖어 든다. 사람은 누구나 엣 날로 돌아가 회고의 향수 에 젖을 때면 바로 눈 앞에 그 시절과 그 추억이 그대로 떠오르게 된다. 지나 간 과거에만 집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지만 엣 날의 특히 어렸을적의 회고와 고향의 먹걸이를 기억해 내면 마음이 풍요해 지면서 이 세상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과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같다. 마르코니 넷트에서 나누었던 주제들 은 참으로 다양하다. 신앙, 시사, 가정, 교육, 환경, 사회 고발등의 수많은 주제들로서 그 내용에 대해전문가의 입장에서 또는 경험자의 입장에서 관심있는 입장에서 제각기 토론과 해설들이 뜨겁게 오고 간다. 이러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폭넓은 대화를 나누는 시도도 처음이거니와 넷트의 횟수가 500회를 달성한 예는 우리나라 아니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본다. 지난 9월 29일 마르코니 넷트 500회를 맞이하면서 이 날은 평소보다 넷트를 30분 일 찍 시작했다. 1부에 "마르코니 넷트 앞풀이" 2부에 마르코니 넷트 500회 축하합 니다", 3부 "마르코니 넷트 500회에 대한 감회와 에피소드"의 주제로 넷트를 진 행하였다. 수많은 회원과 햄들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루었고 특히 2부에는 지도 신부이신 김민수 신부님(HL1LZ)과 이현철 신부님(HL1YE), 한성호 신부님(HL1KYV),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정국현이사장(HL1AUG), 임석래 서울지부장(HL1PP), 한국여성 아마추어무선사회 채도숙 고문(HL1KDW)이 참석하여 축하의 메시지를 전해 주어 500회 넷트를 빛내 주었다. 그 다음날인 9월 30일에는 500회를 기념하는 행사를 평화방송국에서 성대히 가졌다. 1부에는 지도신부이신 김민수신부님과 이현철 신부님의 공동 집전으로 기념 미사가 있었고 2부에는 기념식 3부 다과회 순으로 많은 햄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치루어 졌다. 2부 기념식에는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 박충웅 부이사장(HL1LQL), 임석래 서울 지부장, 채도숙 여성아마추어무선사회 고문이 축사를 해주었고 연맹 관계자와 넷트장들이 함께 자리해 주었다. 그리고 마르코니 넷트에 열심히 참석한 분들 에게 출석상의 시상과 그간 본 회를 위해 공이 큰 분들에게 공로패와 감사패 전달이 있었다. 최다 출석상 1등에는 김상돈 국장(DS1IUL), 2등 홍두표 국장 (HL1TTH), 3등 박권섭 국장(DS1EVN)이 푸짐한 상품을 받았다. 공로패에는 박용호 국장(HL1KGF), 이양현 국장(HL1KIS), 박래창 국장(HL1MJX)이 감사패에는 김필만 국장(DS1GQS)이 수상하였다. 3부 다과회와 만찬에는 내빈들과 함께 축하 케이크 점화와 절단식이 있었고 흥겨운 다과회가 이어 졌다. 이제 마르코니 넷트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통해 500회의 기록을 세웠고 새로운 천년에 1000회를 향해 열심히 나아 갈 것이다. 그동안 본회와 마르코니 넷트를 성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참여와 관심을 기대한다. 특히 마르코니 넷트에 참석해 주신 분 보이지 않게 수없이 워취하며 성원해 주 신분들께 감사드리며 145.1800메가헬츠를 사용하시다가도 넷트를 위해 양보해 주신 여러 햄들에게도 큰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넷트의 진행을 위해 수고해 주신 키스테이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